
서론: 아시아 도로를 지배했던 제국의 몰락이 시작되다
오랫동안 아시아의 도로를 지배했던 이름, ‘혼다’. 하지만 지금, 이 거대한 제국의 심장이 멈추고 있습니다. 그것도 태평양 건너 베트남에서 말이죠. 베트남 정부가 자국민의 숨통을 조이는 대기오염을 끝장내기 위해 내연기관 오토바이 퇴출이라는 강력한 칼을 빼들었을 때, 일본 열도는 말 그대로 초상집 분위기가 되었습니다. 단순한 환경 정책을 넘어선, 베트남의 수십 년간 참아왔던 굴욕을 되갚는 산업 독립 선언이자 거대 제국 혼다의 심장에 겨눈 경제 전쟁의 서막. 오늘, 이 거대한 변화의 바람이 어떻게 일본 백년 산업을 뿌리째 흔들고 있는지 그 충격적인 진실을 파헤쳐 보겠습니다.

동남아시아, 오토바이 왕국의 탄생과 혼다의 지배
“애는 없어도 오토바이는 없으면 안 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동남아시아에서 오토바이는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생존 그 자체였습니다. 급격한 도시화와 처참한 인프라, 부족한 대중교통, 그리고 압도적인 효율성과 경제성으로 인해 오토바이는 동남아인들의 삶에 깊숙이 뿌리내렸죠. 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주요 국가들은 가정의 80% 이상이 오토바이를 보유할 정도입니다. 그리고 이 거대한 시장의 황제는 단연 ‘혼다’였습니다. 베트남에서 ‘오토바이 산다’는 말은 곧 ‘혼다 산다’는 말과 동의어일 정도로, 혼다는 80% 이상의 시장 점유율로 7,700만 대의 오토바이를 지배하며 연간 약 6,600억 원의 수익을 올리는 막강한 제국을 건설했습니다.

죽음의 공기, 베트남의 대담한 결정
화려한 오토바이 제국의 이면에는 끔찍한 대가가 따랐습니다. 바로 ‘죽음의 공기’입니다. 베트남 하노이와 호치민은 오염도시의 대명사인 베이징, 뉴델리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대기 오염이 심각하며, 매년 수만 명의 국민이 대기 오염으로 사망하고 있습니다. 주범은 화력 발전과 함께 수백만 대의 내연기관 오토바이였습니다. 교통사고, 범죄, 소음 문제까지 심화되자 베트남 정부는 결국 칼을 빼들었습니다. 내연기관 오토바이의 운행 금지를 시작으로, 나아가 생산과 수입 자체를 중단하고 모든 차량을 전기나 친환경 에너지로 전환하겠다는 ‘내연기관 오토바이 완전 퇴출 로드맵’을 발표한 것입니다. 이는 80% 시장을 지배하던 혼다의 심장을 정조준한 완벽한 선전포고였습니다.

단순한 환경 정책이 아닌, 산업 독립 선언
베트남 정부의 명분은 차고 넘쳤지만, 그 이면에는 더욱 거대한 야망이 숨어 있었습니다. 이것은 단순히 환경 정책이 아니라, 수십 년간 일본에 빼앗겼던 산업 주도권을 되찾기 위한 베트남의 치밀하게 계산된 ‘산업 독립 전쟁’이었습니다. 일본이 전기차 전환에 머뭇거리는 사이, 베트남 정부는 자국의 삼성이라 불리는 ‘빈 그룹’의 ‘빈페스트(VinFast)’를 조용히 키우고 있었습니다. 빈페스트는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하며 전기 이륜차 생산 및 배터리 기술을 내재화하고, 전국 곳곳에 충전소 인프라까지 구축하며 시장을 장악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베트남 전기 이륜차 시장의 70%를 자국 브랜드가 차지하는 놀라운 상황이 연출되었습니다.

혼다의 위기와 새로운 시대의 도래
사태를 뒤늦게 파악한 혼다는 부랴부랴 전기 오토바이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시장은 이미 너무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2025년, 혼다가 첫 전기 스쿠터 ‘아이콘 1’을 출시했을 때, 경쟁자 빈페스트의 전기 이륜차 판매는 이미 5배 가까이 폭증한 상황이었습니다. 베트남의 젊은 세대는 스마트폰 앱으로 배터리 잔량을 확인하고 충전소를 찾는 ‘전동 네이티브’ 세대로 변화했고, 기름 냄새 나고 시끄러운 내연기관 오토바이는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았습니다. 혼다가 딜러망을 활용하는 등 전략 수정에 나섰지만, 이미 빈페스트가 선점한 인프라와 브랜드 인식을 따라잡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2026년 하노이 도심 내 내연기관 오토바이 운행 금지가 시행되면, 혼다의 내연기관 판매 비중은 제로에 수렴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한 시대가 저물고 새로운 시대가 가장 조용하게 막을 올렸음을 선고하는 과거에 대한 증거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