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론: 불패의 신화에 드리운 그림자
한때 전 세계 자동차 산업의 정점, ‘독일’이라는 이름은 정밀함, 기술력, 그리고 100년 넘는 전통의 상징이었습니다. 벤츠, BMW, 아우디, 폭스바겐은 단순히 기업명을 넘어 한 시대를 풍미한 산업의 아이콘이었죠. 하지만 지금, 2025년 11월 현재, 이 견고해 보이던 독일 자동차 산업의 기반이 동시에 흔들리고 있습니다. 단순히 실적이 부진한 수준을 넘어, 산업의 근본적인 체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심각한 신호들이 감지되고 있습니다. 이 위기 속에서, 우리는 과거 ‘실패’로 불렸던 한 한국 기업, 현대자동차의 전략적 선택이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놀라운 통찰력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독일 자동차 산업, 흔들리는 ‘국가 경제의 척추’
독일에서 자동차 산업은 단순히 잘 나가는 업종 그 이상입니다. 국가 GDP의 5% 이상을 차지하며, 공장 하나가 가동되면 수십만 개의 부품, 물류, 정비 등 관련 일자리가 함께 움직이는 ‘국가 경제의 척추’와 같습니다. 특히, 독일 자동차 산업 일자리의 약 70%가 해외 시장에 의존하고 있어, 중국, 미국, 유럽 등 주요 시장 중 어느 한 곳이라도 흔들리면 독일 경제 전체가 충격을 받는 구조입니다. 2024년 독일에서는 기업 파산 건수가 전년 대비 25% 증가했고, 갈레리아 백화점 같은 대기업마저 파산 보호를 신청하는 등 심각한 이상 신호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특히 자동차 관련 기업들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여, 이는 단순한 경기 순환이 아닌 산업 구조 자체의 문제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폭스바겐부터 벤츠까지, 독일 거물들의 동반 부진
독일 산업의 상징인 폭스바겐은 2030년까지 독일 일자리 35,000개 감축에 합의하고, 드레스덴과 오스나브뤼크 공장의 가동 중단 또는 폐쇄까지 거론하고 있습니다. 이는 폭스바겐이 독일에서 생산하는 것 자체가 경쟁력을 잃고 있음을 인정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비단 폭스바겐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BMW는 2024년 영업 이익이 전년 대비 37.7% 급감했고, 벤츠 역시 30% 이상 수익이 줄었으며, 아우디는 매출 두 자릿수 감소로 공장 가동 중단까지 검토 중입니다. 차급과 전략, 고객층이 다른 이 네 회사가 같은 시점에 같은 방향으로 흔들린다는 것은 명확한 공통 원인이 있다는 뜻입니다.

‘중국 특수’의 역습: 독일의 발목을 잡은 중국 시장
이러한 동반 부진의 핵심에는 ‘중국’이 있습니다. 독일 자동차 기업들은 중국을 단순한 수출 시장이 아닌 성장의 중심축으로 삼았고, 폭스바겐은 한때 글로벌 판매량의 절반 가까이를 중국에서 기록했습니다. 그러나 중국 시장은 독일이 기대했던 자유 경쟁 시장이 아니었습니다. 외국 기업을 활용해 기술을 흡수한 뒤, 언제든 규칙을 바꿀 수 있는 시장이었죠. 특히 전기차 시장에서는 이러한 구조가 더욱 명확해져, 2023년 중국 전기차 시장에서 외국 브랜드는 설 자리를 잃었습니다. 독일은 전기차 전환의 필요성을 인지했음에도, 디젤 게이트 이후 급격한 방향 전환, 하이브리드 경시, 그리고 전기차 투자 타이밍 실패 등으로 전략이 흔들렸습니다. 여기에 2023년 말 독일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조기 종료는 결정타가 되어 수익성 악화를 심화시켰습니다. 이제 중국 전기차 업체들은 역으로 유럽 시장을 잠식하며 산업 주도권 이동을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현대차의 역설적 ‘승리’: 위기 속 빛난 시장 다각화 전략
이런 혼란 속에서 현대자동차의 과거 선택이 재조명됩니다. 현대차는 2017년 사드 배치 이후 중국 시장에서 급격한 판매 하락을 겪었고, 결국 다섯 개의 공장 중 세 개를 매각하며 중국에서 ‘철수’에 가까운 결정을 내렸습니다. 당시 언론과 시장은 이를 ‘실패’로 규정했습니다. 그러나 현대차는 중국이라는 ‘늪’에서 빠져나와 인도, 동남아, 미국, 유럽 등 특정 시장에 올인하지 않고 시장 다각화를 택했습니다. 수천억 원의 손실을 감수하고 체면을 내려놓는 어려운 결정이었지만, 결과적으로 현대차는 중국 시장의 리스크에 깊이 빠지지 않았고, 오히려 더 큰 피해를 피할 수 있었습니다. 독일 기업들이 여전히 중국 시장의 덫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지금, 현대차의 ‘미리 내려오는 용기’가 얼마나 현명한 선택이었는지 여실히 증명되고 있습니다.

결론: 때로는 ‘내려오는 용기’가 생존을 결정한다
독일 자동차 산업이 현재 겪고 있는 혼란은 중국 시장이 얼마나 예측 불가능하고 위험한 시장인지를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이 이야기는 누가 더 낫다는 우열을 가리려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판이 잘못 짜였을 때 누가 먼저 그 판에서 ‘내려올 용기’를 가졌는가에 대한 차이입니다. 현대차는 당장의 손실과 비판을 감수하며 ‘덜 다치는 쪽’을 선택했고, 그 결과는 지금, 독일 자동차 산업의 위기를 통해 명확하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때로는 가장 현명한 전략이 ‘이기는 것’이 아니라 ‘피하는 것’일 수 있음을, 우리는 독일과 현대차의 사례에서 다시 한번 깨닫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