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혼 안 하는 시대, 결혼 정보 회사는 왜 ‘역대급’ 호황일까?
요즘 한국 사회는 묘한 역설에 빠져있습니다. 혼인 건수는 최저치를 기록하지만, 결혼 정보 회사들은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죠. 국내 1위 듀오의 매출액은 불과 4년 만에 281억 원에서 454억 원으로 폭증했고, 전국 결혼 상담소는 1,500곳에 육박합니다. 만남이 줄고 연애가 사치가 된 시대, 왜 사람들은 수백에서 수천만 원을 지불하면서까지 ‘인연’을 사려 할까요? 오늘 우리는 이 복잡한 미스터리 뒤에 숨겨진 우리 사회의 거대한 변화와 욕망의 지형도를 함께 파헤쳐 보고자 합니다.

‘자만추’의 종말, 그리고 데이팅 앱의 배신
과거 ‘자연스러운 만남 추구(자만추)’는 당연한 연애 방식이었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은 이를 뒤흔들었습니다. 재택근무와 사회적 거리두기로 오프라인 만남은 증발했죠. 이 공백을 데이팅 앱이 파고들었지만, 환상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우리는 여기서 ‘탐색 비용’과 ‘정보의 비대칭성’이라는 경제학적 난관에 부딪혔기 때문입니다. 끝없는 스와이프와 의미 없는 대화는 엄청난 시간과 감정 소모를 야기했고, 상대방 프로필의 진위나 의도를 확인할 길 없는 정보 비대칭성은 불신과 피로감을 극대화했습니다. 결국 사람들은 ‘검증된 만남’에 목마르게 되었고, 그 갈증을 해소할 대안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연애는 사치, 결혼은 투자: ‘시간’과 ‘안전’을 구매하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수백에서 수천만 원을 기꺼이 지불하며 짝을 찾을까요? 단순히 좋은 사람을 넘어, ‘시간’과 ‘안전’이라는 구체적인 가치를 구매하려는 합리적인 선택입니다. 요즘 세대에게 시간은 금 이상의 자원입니다. 불확실한 관계에 1년의 시간을 낭비하면, 그 1년 동안 더 좋은 기회나 커리어, 자산 형성에 집중할 수 있었던 ‘기회비용’을 수천만 원, 어쩌면 수억 원까지 잃을 수 있습니다. 결혼 정보 회사에 지불하는 돈은 이러한 엄청난 기회비용을 줄이기 위한 일종의 ‘아웃소싱 비용’인 셈이죠. 또한, 부동산 가격 폭등과 불안정한 직장 등 불확실성의 시대에 결혼은 인생 최대의 투자이자 리스크입니다. 결정사는 상대방의 경제력, 직업, 집안 환경 등 객관적인 지표를 미리 확인하여 미래 자산을 지키고 예측 가능한 안정성을 확보하려는 ‘리스크 관리’의 일환이 됩니다. 결국 효율적인 탐색과 검증된 만남을 통해 최적의 상대를 찾으려는 극도로 합리적인 선택입니다.

베일에 싸인 결혼 정보 회사의 ‘매칭 시스템’
결혼 정보 회사 시장은 대형 업체(듀오, 가연)와 ‘노블사’라 불리는 상류층 전문직 타겟 회사들(퍼플스, 엔노블)로 복잡하게 계층화되어 있습니다. 노블사는 가입비가 2천만 원을 훌쩍 넘고, 특정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가입조차 거절될 정도로 문턱이 높죠. 모두가 궁금해하는 ‘등급표’는 정말 존재할까요? 공식적으로는 부인하지만, 업계 정설과 이용자 경험은 훨씬 더 정교한 ‘점수화 시스템’이 작동한다고 말합니다. 학벌, 직업, 연봉, 자산, 부모님의 직업, 심지어 키와 외모까지 제출한 모든 정보는 내부 기준에 따라 점수로 환산됩니다. 결국 매칭이란 이 시스템이 비슷한 ‘총점’을 가진 남녀를 찾아 연결해 주는 데이터 처리 과정에 가깝습니다. 시스템은 완벽한 조건을 가진 사람을 찾아줄 수는 있어도, 나와 완벽하게 사랑에 빠질 사람을 찾아주지는 못하는 냉정한 현실인 셈입니다.

한국만의 현상일까? 전 세계 ‘만남의 상품화’ 트렌드
이러한 현상은 한국 사회 특유의 모습일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전 세계적인 선진국형 트렌드’에 가깝습니다. 먼저 장기 경제 침체를 겪은 일본에서는 2000년대 후반부터 ‘콘카츠(婚活)’, 즉 ‘결혼 활동’이 사회 전반을 뒤흔들었습니다. 민간 기업은 물론 지자체까지 나서서 파티와 상담을 주선하고, 취미 기반의 다채로운 매칭 서비스가 활성화되어 있죠. 태평양 건너 미국은 더욱 노골적입니다. ‘하버드 데이팅 앱’이라 불리는 ‘더 리그(The League)’는 명문대 출신, 고소득 전문직 등 사회 경제적 지위가 비슷한 엘리트들만을 연결하며, 가입 승인율이 20\~30%에 불과합니다. 이는 사랑을 넘어 자신들의 지위를 유지하고 공고히 하기 위한 ‘파트너십 전략’인 셈이죠. 결국 한국의 결혼 정보 회사 열풍은 일본의 사회 전반 불안감과 미국의 상류층 계급 의식이 결합된 형태로, 사회가 발전하고 파편화되면서 나타나는 피할 수 없는 흐름에 가깝습니다.

조건 너머의 ‘진정한 인연’을 찾아서
결혼 정보 회사 호황이 코로나19로 인한 일시적 ‘보복 소비’라는 주장도 있지만, 이는 현상의 절반만 보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중요한 것은 결혼 수요의 ‘성격’이 완전히 바뀌었다는 점입니다. 사람들은 이제 그저 결혼을 원하는 게 아니라, 불확실한 미래로부터 나를 지켜줄 ‘안정적인 결혼’을 원합니다. 이는 일시적인 유행이 아닌, 우리 사회 경제적 불안정성이 낳은 구조적인 욕망의 변화입니다. 개인 입장에서는 불확실한 세상에서 시간과 위험을 줄이고 가장 합리적인 선택을 위해 결정사를 찾는 것이 당연합니다. 하지만 한 가지를 꼭 기억해야 합니다. 결정사가 제공하는 화려한 등급표와 데이터는 생활의 안정은 보장해 줄 수 있어도, 결코 ‘삶의 행복’까지 보장해 주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조건 너머에 있는 사람의 진정한 가치와 매력을 볼 수 있는 눈까지 잃어버린다면, 우리는 비싼 수수료를 내고 거래를 한 것에 지나지 않을 테니까요. 불확실성의 바다를 건너기 위해 결정사라는 배를 타든 직접 노를 저어 가든, 그 키를 잡고 있는 선장은 바로 ‘여러분’이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새로운 시대의 사랑의 경제학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