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들어가며: 한미 정상회담의 뜨거운 감자, 핵잠수함
최근 한미 정상회담에서 가장 큰 화두로 떠오른 ‘원자력 추진 잠수함’, 즉 핵잠수함(SSN)에 대한 이야기가 뜨겁습니다. 많은 분들이 ‘핵’이라는 단어 때문에 핵무기를 싣고 다니는 무서운 잠수함으로 오해하시기도 하는데요.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릅니다. 마치 수소차가 수소폭탄을 싣고 다니지 않는 것과 같죠. 오늘은 북한대학원대학교 김동엽 교수님의 설명을 바탕으로, 핵잠수함이 정확히 무엇인지, 왜 필요한지에 대한 논쟁부터 천문학적인 비용과 지정학적 문제까지 쉽고 친절하게 파헤쳐 보겠습니다.

1. 핵잠수함 vs 디젤 잠수함: 결정적 차이는 ‘공기와의 이별’
핵잠수함과 디젤 잠수함의 가장 큰 차이는 바로 ‘추진 방식’에 있습니다. 자동차로 비유하자면 디젤차와 전기차의 차이와 같습니다. 디젤 잠수함은 사실 디젤 엔진으로 직접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디젤 엔진을 돌려 배터리를 충전하고 그 전기로 움직입니다. 이 과정에서 엔진을 돌리기 위해 반드시 ‘공기’가 필요하죠. 그래서 디젤 잠수함은 하루에 한 번꼴로 물 위로 떠오르거나 ‘스노클’이라는 관을 내밀어 공기를 빨아들여야 합니다. 이 순간 잠수함은 적에게 발각될 위험이 가장 커집니다. 반면 핵잠수함은 공기가 필요 없는 원자력 발전의 힘으로 움직입니다. 한번 잠수하면 이론상으로는 무제한으로 작전할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잠수함’인 셈이죠.

2. 무제한 잠항 능력, 그러나 현실적인 한계
그렇다면 핵잠수함은 정말 무제한으로 작전할 수 있을까요? 기계적으로는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잠수함은 강철로 만든 호텔이 아니기 때문이죠. 좁은 공간에 120명이 넘는 승조원들이 함께 생활해야 합니다. 식량과 물도 한정되어 있고, 무엇보다 사람이 폐쇄된 공간에서 버틸 수 있는 정신적, 육체적 한계가 있습니다. 이 때문에 실제 핵잠수함의 작전 기간은 통상 3\~4개월 정도로 제한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에 한 번씩은 꼭 수면 가까이 올라와야 하는 디젤 잠수함에 비하면 이는 엄청난 능력이며, 비교할 수 없는 전략적 우위를 제공합니다.

3. 한국의 딜레마: 좁은 골목길의 페라리?
핵잠수함의 강력한 능력에도 불구하고 ‘과연 우리에게 필요한가?’라는 질문에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립니다. 동해는 수심이 깊어 핵잠수함 작전에 유리하지만, 서해나 남해는 얕아서 부적합하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일각에서는 이를 ‘좁은 골목길에 사는 사람이 페라리를 모는 격’이라고 비유하기도 합니다. 또한 북한의 잠수함을 잡기 위해 핵잠수함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지만, 넓은 바다에서 잠수함으로 잠수함을 찾는 것은 ‘바다에서 바늘 찾기’만큼이나 어렵고 비효율적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사실 핵잠수함의 주된 임무는 적 잠수함 격침보다는 항공모함과 같은 핵심 전력을 보호하는 역할이 더 큽니다.

4. 천문학적 비용과 복잡한 국제 정치의 방정식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바로 ‘돈’입니다. 핵잠수함 1척을 건조하는 데만 약 3\~4조 원이 들고, 관련 시설과 인력 양성 등 초기 인프라 구축 비용은 무려 50\~60조 원에 달할 수 있습니다. 이는 우리나라 1년 국방비와 맞먹는 어마어마한 금액이죠. 이 비용은 결국 국민 복지 예산 축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이번 핵잠수함 논의는 단순히 군사적 목적을 넘어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을 위한 전략적 카드였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우리가 핵연료 농축 및 재처리 권한을 얻기 위해 미끼를 던졌지만, 미국이 오히려 이를 역이용해 기술 종속을 심화시키고 막대한 비용을 요구하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해석입니다. 10년 뒤의 미래를 내다봐야 하는 이 사업이 과연 실익이 있을지, 그리고 급변하는 미래 전장 환경에서 핵잠수함이 여전히 유효할지에 대한 냉정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