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라지는 생명의 골든타임, 지역 응급실의 비극
“밤 10시 이후 응급실은 문을 닫습니다.” 이 문장은 단순한 시간표가 아닌, 누군가의 생사를 가르는 절망적인 선언입니다. 전남 진도에서 벌어진 충격적인 사건들은 이 현실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흉기에 찔려 의식불명 상태의 환자가 발생했지만, 지역의 유일한 응급실은 문을 닫았고, 환자는 한 시간 넘게 달려 목포의 권역 외상 센터로 이송되던 중 심정지가 발생해 끝내 숨을 거뒀습니다. 70대 노부의 갑작스러운 고통, 회전 연마기에 다리를 다친 환자, 의식을 잃은 간경화 환자 등 밤사이 진도에서 발생한 수많은 위급 상황들은 응급 의료가 부재한 ‘야간 무의촌’의 비극적인 단면을 드러냈습니다. 의료진 부족과 만성적인 적자, 바로 이 두 가지 문제가 우리의 지역 응급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고군분투하는 공공병원, 일본 시마네현의 해법
희망의 빛은 없는 걸까요? 충북 영월 의료원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소아청소년과 야간 진료와 분만 기능을 재개하며 지역 주민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특히 ‘농촌 유학’을 결정하는 학부모들에게 병원의 존재는 중요한 기준이 될 만큼, 필수 의료의 중요성을 보여줍니다. 한편, 우리보다 먼저 지역 의료 공백 문제를 겪은 일본 시마네현의 사례는 주목할 만합니다. 시마네현은 지역 정원제를 도입하여 의대생들에게 학비와 생활비를 지원하고, 졸업 후 특정 지역에서 의무 복무하도록 합니다. 지역 의료를 필수 과목으로 가르치고 지속적인 지원을 통해, 의사들이 고향에 대한 책임감과 자부심을 가지고 지역에 정착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그 결과, 의무 복무를 마친 의사들의 75%가 지역에 남아 필수 의료를 지키고 있습니다.

한국 지역 의사제, 실질적인 희망이 될 수 있을까?
대한민국 국회도 5년 넘게 표류하던 지역 의사제 법안을 마침내 통과시켰습니다. 의대 신입생의 일정 비율을 지역 의사 전형으로 선발하여 10년간 특정 지역에서 의무 복무하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하지만 이 제도가 실제 인력을 배출하기까지는 최소 12년에서 16년이 걸립니다. 당장 쓰러져가는 지역 병원들의 현실을 고려할 때, 너무나 긴 시간입니다. 의사 협회는 제도의 미흡한 설계와 의무 복무 기간의 ‘우회적 통로’ 악용 가능성을 지적하며 보완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지역 의료의 붕괴는 단순히 시골의 문제가 아닌, 정부가 장기적인 계획 없이 수도권 중심의 의료 발전을 방치하여 발생한 ‘의료 차별’의 결과입니다. 지역 의사제가 단순한 ‘땜질 처방’을 넘어 실질적인 희망이 되려면, 인력 양성부터 근무 환경 개선, 그리고 국가 차원의 종합적이고 장기적인 필수 의료 로드맵이 절실합니다.